당뇨병이라고 하면 흔히 혈당만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당뇨병 관리에는 혈당 조절만큼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 바로 티아민(비타민 B1)이다.
자동차가 원활하게 달리려면 연료뿐만 아니라 엔진 오일과 냉각수가 충분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몸도 탄수화물을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에서 티아민이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들은 티아민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다양한 합병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그리고 이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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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freepik |
티아민: 우리 몸속 에너지 발전소를 돕는 필수 비타민
우리 몸은 음식을 먹으면 탄수화물을 포도당으로 변환하고, 이를 세포 안에서 에너지로 바꾼다. 이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이 티아민이다.
티아민은 포도당을 에너지로 바꾸는 효소들의 작용을 돕는 보조인자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티아민이 없으면 몸에 연료가 있어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 자동차에 연료가 가득 차 있어도 점화 플러그가 고장 나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 우리 몸도 티아민이 부족하면 포도당을 효율적으로 연소할 수 없고, 피로감과 무기력이 쌓이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티아민은 신경과 혈관 건강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티아민이 부족하면 단순히 피곤한 것을 넘어 신경 손상(당뇨병성 신경병증)과 신장 손상(당뇨병성 신장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들은 왜 티아민이 부족할까?
우리 몸은 마치 도시의 전력망과 같다. 전기가 원활하게 공급되어야 불이 켜지고,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듯이, 티아민이 충분해야 신체의 에너지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의 몸에서는 이 전력 공급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
1. 신장을 통한 과다 배출 – 새는 수도꼭지
당뇨병 환자의 신장은 마치 고장 난 수도꼭지와 같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몸은 필요한 만큼의 티아민을 흡수하고, 불필요한 양만 소변으로 배출한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는 신장에서 티아민을 과도하게 배출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의 티아민 배출량은 일반인의 최대 15배에 이를 수 있다.
이것을 수도꼭지에 비유해 보자.
- 건강한 사람의 신장은 정상적인 수도꼭지와 같아서, 물이 적절한 속도로 흐르고 필요한 만큼 보관된다.
- 하지만 당뇨병 환자의 신장은 새는 수도꼭지처럼 필요한 티아민까지 빠르게 흘려보낸다.
- 물이 부족한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몸 전체가 건조해지듯이 티아민 결핍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2. 장내 흡수 저하 – 막힌 빨대
당뇨병 환자의 몸은 마치 꽉 막힌 빨대를 통해 음료를 마시는 것과 같다.
티아민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흡수되는데, 혈당이 높은 상태에서는 티아민이 장에서 제대로 흡수되지 않는다. 이는 마치 구멍이 막힌 빨대로 음료를 마시려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 일반적인 경우라면 정상적인 빨대를 사용해 음료를 쉽게 마실 수 있다.
- 하지만 당뇨병 환자는 빨대가 부분적으로 막혀 있어, 티아민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다.
- 그 결과, 먹는 양은 충분해도 실제로 몸이 사용할 수 있는 티아민은 부족하게 된다.
3. 티아민 요구량 증가 – 기름을 많이 먹는 자동차
당뇨병이 있으면 몸의 신진대사 속도가 변하면서 티아민이 더 많이 필요해진다.
이를 자동차에 비유해 보자.
- 일반적인 자동차는 연료 소비가 일정하다.
- 하지만 출력이 높은 스포츠카나 오래된 자동차는 더 많은 연료를 소모한다.
- 마찬가지로 당뇨병 환자의 몸은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이 비효율적으로 변하면서, 티아민이 더 많이 필요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 연료(티아민)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흡수 저하)
- 이미 있는 연료도 빠르게 새어나간다. (신장을 통한 과다 배출)
- 평소보다 연료 소비가 더 많아진다. (티아민 요구량 증가)
이렇게 되면, 결국 티아민이 부족해지고 신체 기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티아민을 충분히 섭취하는 방법
1. 티아민이 풍부한 음식 섭취하기
- 통곡물: 현미, 귀리, 통밀빵
- 견과류 및 씨앗: 해바라기씨, 아몬드
- 콩류: 렌틸콩, 강낭콩, 완두콩
- 채소: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 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참치, 연어)
2. 티아민 보충제 활용하기
식단만으로 충분한 티아민을 섭취하기 어려운 경우, 보충제를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벤포티아민(Benfotiamine)이라는 티아민 유도체는 체내 흡수율이 높고 신경 및 혈관 보호 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추천 용량:
- 일반 성인: 1.1~1.2mg
- 당뇨병 환자: 연구에 따라 100~300mg까지 사용되기도 함
결론: 티아민이 부족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당뇨병을 관리할 때 단순히 혈당만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티아민과 같은 필수 영양소가 충분한지도 체크해야 한다.
- 당뇨병 환자는 티아민이 소변을 통해 빠르게 배출될 가능성이 높다.
- 티아민이 부족하면 신경과 신장 손상, 심혈관 질환 등의 합병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
- 균형 잡힌 식단과 보충제를 활용해 티아민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 자동차의 엔진 오일과 냉각수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듯이, 우리 몸의 에너지를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티아민을 신경 써서 섭취해야 한다. 작은 차이가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 오늘부터 식단과 영양 관리에 티아민을 추가해 보자.
참고문헌
- Ziegler et al., Association between diabetes and thiamine status: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Metabolism, 2023.
- Thornalley et al., High prevalence of low plasma thiamine concentration in diabetes, Diabetologia, 2007.
- Al-Attas et al., Blood thiamine and its phosphate esters in diabetes mellitus patients, J Endocrinol Invest, 2012.
- Al-Daghri et al., Thiamine and its phosphate esters in relation to cardiometabolic risk factors in Saudi Arabs, Eur J Med Res, 2013.
- Hammes et al., Benfotiamine blocks three major pathways of hyperglycemic damage, Nature Medicine,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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